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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 한 동네 두 어시장, 맛있는 상생
민용현
2015/05/08 2428

고무함지 속 꽃게 vs 수족관 속 킹크랩
토박이 주민들의 재래어시장
자연산 활어 취급 … 덤·흥정 재미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오후 3시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재래어시장. 꽃게와 광어·우럭 등이 가득 담긴 손수레가 빼곡한 인파를 헤치고 횟집 앞에 도착했다. 한 시간 전 포구에 들어온 어선들이 뭍에 내려놓은 수산물이었다. 파닥파닥 꿈틀대는 꽃게들은 이내 빨간 고무함지로 옮겨졌다. “딴 데 갈 필요 없어요. 꽃게 한두 마리는 덤으로 드려요.” 이막순(60·여) 사장이 등딱지를 떼어 주홍빛 알이 가득한 속살을 보여주자 여기저기서 “먼저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비슷한 시각 바로 길 건너 종합어시장. 길게 늘어서 있는 수백여 개의 수족관마다 구경 나온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수족관 안에서는 우럭·돔은 물론 러시아산 킹크랩과 대게·바닷가재까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어딜 가도 여기처럼 신선한 킹크랩은 맛보지 못할 겁니다. 신선한 전복이랑 개불·멍게는 서비스로 드려요.” 박진영(51) 사장이 수조 속에서 커다란 킹크랩을 들어올리자 “우와” 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한 지붕 두 어시장’. 연간 800만 명이 찾는 인천 소래포구에 붙여진 별칭이다.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포구 쪽에는 재래어시장이, 수인선 소래포구역 쪽에는 종합어시장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본격적인 꽃게철을 맞아 서울·경기 등 수도권은 물론 충남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몰리면서 두 어시장의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두 곳 모두 소래포구 어민들이 잡아온 싱싱한 수산물을 판매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재래어시장은 ‘수도권 유일의 전통 어시장’으로 불릴 정도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1960년대 소래포구에 정착한 실향민들이 젓갈에 쓸 새우를 잡아 팔면서 시작됐다. 새우젓이 유명세를 타면서 어민들이 잡은 꽃개와 생선도 불티나게 팔려나갔고 이후 자연스럽게 어시장이 형성됐다. 현재 328개 점포가 손님을 맞고 있다. 이곳에서 30년간 가게를 운영한 김용희(61·여) 사장은 “상인들 대부분이 오랫동안 자리를 잡아온 토박이여서 선주들과도 친분이 깊다”며 “그래서인지 어부들도 알아서 싱싱한 수산물을 챙겨주곤 한다”고 말했다.

 반면 종합어시장은 2011년 문을 연 신생 시장이다. 지하 2층, 지상 3층 건물에 481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1층엔 대형 수족관들이 줄지어 있다. 재래어시장에 있는 꽃게·주꾸미는 물론 킹크랩·대게 등 수입 수산물도 곳곳에 가득하다. 2, 3층엔 즉석 회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과 키즈카페 등이 있다. 지하엔 전용 주차장도 마련돼 있다. 송병태 종합어시장 관리소장은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오래 장사하던 상인과 수산물 전문 수입업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품질 면에서는 그 어느 어시장에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두 곳이 비슷하거나 재래어시장이 조금 싼 편이다. 꽃게는 1㎏당 2만~3만원에, 광어와 우럭은 1㎏당 2만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러시아산 대게와 킹크랩은 1㎏당 3만5000~4만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고남철(50) 소래어촌계장은 “보다 싼 가격에 푸짐한 덤까지 얻고 싶은 손님은 재래어시장을, 조금 비싸더라도 품질 좋은 생선과 수입 수산물을 원하는 손님은 종합어시장을 찾곤 한다”며 “그래도 고객 만족도는 똑같이 높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2015년 5월 8일자 기사

글=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